Don`t You Know That
리 릿나워(Lee Ritenour), 데이브 그루신(Dave Grusin), 필 페리(Phil Perry), 제프 로버(Jeff Lorber), 어스 윈드 앤 파이어(Earth Wind & Fire) 등 더욱 화려한 멤버들과 더욱 그루비한 넘버들로 돌아온 재즈오텍(Jazzotheque)의 3집 [Don’t You Know That] '재즈오텍'(Jazzotheque)은 ‘재즈’(jazz)와 ‘디스코텍’(discotheque)의 합성어로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이지 리스닝 계열의 smooth jazz를 표방하는 프로듀서 이태원의 원 맨 프로젝트 밴드이다. 재즈오텍이 처음 선을 보인 것은 2003년 가을, 1집 [Hardway]를 발표했을 때였다. 프로듀서 이태원이 모든 수록 곡들을 작곡/편곡해 낸 이 음반은 당시 곽윤찬(피아노), 전성식(베이스), 서영은(보컬), 대니 정(색소폰) 등 한국 최고의 뮤지션들과, 마이클 잭슨, 머라이어 캐리, 어스 윈드 앤 파이어 등 세계적 거물 아티스트들의 음반이나 공연에서 함께 했던 해외 연주자들의 화려한 면면으로 많은 화제를 모았었다. 이후 역시 거장 피아니스트 데이브 그루신을 참여시켜 다시 한 번 놀라움을 줬던 2집 [Let’s Go Out](2007)으로 한층 안정된 음악을 들려주었으며 2012년에는 1집과 2집의 수록 곡 중 다섯 곡에 화려한 전자음을 더해 리믹스하는 시도를 보여 준 앨범 [Jazzotheque:Remixed]를 선보여 일렉트로닉 음악으로의 접근법 또한 보여 준 바 있다. 그는 이번에도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최정상 급 아티스트들과 함께 작업하였고, 서울과 LA를 오가며 레코딩, 믹스 및 마스터링을 했다고 하니, 프로듀서 이태원이 앨범에 쏟은 열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참여한 뮤지션들을 살펴보면, GRP 레이블의 대표 뮤지션이자 거물 밴드 포플레이(Fourplay)를 밥 제임스와 함께 결성했으며 ‘캡틴 핑거스(Captain Fingers)’란 별명으로 불리는 퓨전 재즈의 대표 기타리스트인 리 릿나워(Lee Ritenour)를 비롯해 케니 지, 에릭 베네 등의 앨범을 제작한 프로듀서 겸 키보디스트 제프 로버(Jeff Lorber), 싱글 ‘Call Me’로 빌보드 R&B 챠트 1위를 기록했던 보컬리스트 필 페리(Phil Perry), 마이클 잭슨 월드 투어 밴드에서 활동했던 알렉스 알(Alex Al, 베이스), 조지 벤슨 밴드에서 활동한 토니 무어(Tony Moore, 드럼), 스티비 원더 밴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모리스 오코너(Morris O'connor, 기타), 어스 윈드 앤 파이어 멤버로 내한했던 게리 바이어스(Gary Bias, 색소폰), 해리 코닉 쥬니어 밴드의 데이브 스미스(Dave Smith, 트럼펫), 팻 메스니 밴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루이스 콘테(Luis Conte, 퍼커션) 등 미국 최고의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했다. 여기에 서영도(베이스), 신현필(색소폰), 황이현(기타)등의 국내파 뮤지션들이 절묘한 황금 비율로 더불어 참여하고 있다. 이번 앨범 ‘Don’t You Know That’의 전반적인 특징은 멜로디와 부드러움을 강조했던 전작 ‘Let’s Go Out’ 에 더욱 탄탄한 그루브와 리듬이 첨가된 느낌이다. 타이틀 트랙인 ‘Don’t You Know That’에서는 리 릿나워의 화려하고 블루지한 연주를 통해 마치 90년대 GRP 사운드를 듣는 듯한 향수와 함께, 제프 로버의 펑키한 피아노 솔로와 린 피드먼트의 세련된 코러스 라인에서 나오는 현대적인 팝 사운드까지 동시에 느낄 수 있다. 프로듀서 이태원의 감각적인 프로그래밍 위에 게리 바이어스의 펑키한 색소폰이 얹혀 진 'Time To Drive'는 댄서블 넘버로, 제목 그대로 드라이빙 뮤직으로 제격이다. 이 밖에 본토 R&B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필 페리의 보컬이 담긴 ‘Show Me Love’는 기분 좋게 늘어지는 특유의 그루브감을 전해 주고 있다. 여기에 스무드 재즈 스타일의 편곡이 빛나는 팝 히트곡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이나 서영도(베이스)와 신현필(색소폰) 등 국내파들의 연주가 실린 ‘Shark’, 그리고 1집에 실렸던 서영은의 보컬이 담긴 ‘Just Curious’가 리마스터 되어 보너스 트랙으로 다시 만나 볼 수 있는가 하면 1집과 2집 수록 곡들의 리믹스 버전 등을 담고 있어 이번 음반이 팬들에게 던져 주는 재미는 쏠쏠하다. 옳다 그르다의 문제가 아니라, 이번 음반엔 소위 말하는 ‘버터냄새’가 물씬 풍기는 트랙들로 가득하다. 한 두 명의 피처링으로 맛만 보는 수준이 아니라 화려한 네임밸류의 실력파 뮤지션들을 메인으로 적극 참여시켰다는 데서 이미 예견된 것이지만 음반의 그 어디에서도 소위 말하는 ‘한국적 재즈’의 냄새는 찾기 힘들다. 프로듀서 이태원이 마이클 잭슨, 휘트니 휴스턴, 포플레이등의 앨범을 작업했던 그래미 수상 경력의 엔지니어 돈 머레이(Don Murray)와 함께 주조해 낸 사운드를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듣는다면 국내 아티스트의 음반이라 믿기 힘들 정도다. 단순히 팝과 구별되지 않는 달달한 연주 음악이 아닌,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는 스무드 재즈 본연의 색깔을 지키며 여기에 그루비한 리듬을 결합하는 ‘재즈오텍’이라는 팀명의 근본 취지가 이번 앨범을 통해 완벽하게 이행되고 있는 느낌이다. 스무드 재즈 아티스트가 거의 전무한 우리나라에 재즈오텍(Jazzotheque)과 같은 프로젝트와 이태원이라는 프로듀서가 있다는 것이 국내 스무드 재즈 팬들에게는 어쩌면 큰 행운이라 할 수 있겠으며 앨범 출시 이후 11월에 가질 단독 콘서트도 기대하면서 재즈오텍이 들려주는 그루브에 몸을 던져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