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일담 (REMASTERED)
언니네 이발관 [후일담 (REMASTERED)] 언니네 이발관 2집 [후일담]이 세상에 나온 지도 벌써 20년이 되어갑니다. 밴드의 리더인 이석원은 여전히 밴드를 지키며 활동 중이고 베스트셀러 작가로도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기타리스트 정대욱은 정바비라는 이름으로 가을방학 줄리아하트 등의 밴드로 활동 중이며, 드러머 유철상은 김반장이라는 이름으로 윈디시티 등의 밴드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일이 어떻게 시작이 되었나 잠시 20년 전의 기억을 떠올려봅니다. 당시 저는 언니네 이발관의 데뷔 앨범이 상업적으로 완전히 실패하고 외환위기 사태를 겪으며 제작자로서 언니네 이발관 2집 제작에 상당히 회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2집 제작에 대한 리더 이석원의 열의와 간절함, 1집을 사랑해준 팬들의 기다림에 보답하고자 어렵게 2집 제작을 결심했습니다. 2집은 원래 건반 주자를 멤버로 들여 실험적인 콘셉트로 만들 계획이었지만 멤버들이 제작자인 제 의견을 받아들여 기타 위주의 음반으로 방향을 바꿨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어려운 과정을 거쳐 1998년 발매된 음반은 또 한 번 시장의 무관심에 완전히 잊혔고 1 년 후 밴드는 해체의 길을 걷고 말았습니다. 상업적인 실패는 뼈아팠지만 [후일담] 제작 과정은 제작자로서 저의 역할을 각성하게 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앨범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저는 음반제작자의 길을 예전에 접었을 것입니다. [후일담]은 20년이 지나 다시 들어도 제작자로서 뿌듯한 기분을 안겨주는 명반입니다. 이번 리마스터링 작업은 20년 전 녹음 엔지니어였던 전 훈이 다시 맡아서 그 의미를 더했습니다. 이번 작업에서 중점을 둔 것은 모든 악기의 소리를 생기 있게 살려내고 전체적으로 아날로그적인 따뜻한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것이었습니다. 요즘의 음반들과 비교해도 분명 흥미로운 지점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20년 전 이 앨범을 사랑해주셨던 분들과 이번 음반을 통해 초창기 언니네 이발관의 음악 세계를 처음 접하는 모든 분들에게 뜻깊은 음반이 되길 바랍니다. - 전홍필 (석기시대 대표)